배부를수록 배고파지는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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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인 하프 위크]
 
고급스러운 카페. 햇살이 비추고, 한 부유한 화가 손님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화가는 처음 본 그녀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녀를 그린다. 그녀는 햇살이 가득한 창 밖을 응시한다. 지나가는 사람들, 부서지는 햇살, 그는 말한다. 당신의 빛이 나에겐 보인다고. 그리고 굳이 묻는다. 당신은 섹스 산업 종사자이냐. 그렇다. 그녀의 직업은 창녀다. 하루에 평균 3명 정도의 남자를 받아내는. 파울로 코엘료의 <11분>이라는 소설을 잠시 떠올린다.
 
성이 쉬워진 시대, 성을 취하기 쉬운 성공한 남성들을 상대로 한 고급 성매매 장소. 성공한 그들은 쉬운 성을 택하고, 짧은 위로와 긴 허무를 안고들 돌아간다. ‘너무 쉬운 성’이 그들에겐 문제다. 이 화가나 또 한 명의 남자도 마찬가지. 손만 들면 여자가 오케이 할 성공한 남자들. 이들은 비교적 지적인 창녀인 그녀에게 몇 배의 화대를 지불하고 굳이 어려운 게임을 시작한다. 그러나 아름답게 설레기에 성공한 그들의 성적 경험은 너무 풍부하고, 창녀인 그녀보다 더 타락한 두 남자. 너무 쉽게 모두를 가질 수 있으니 여자에 흥미가 떨어져 버린...
 
현대인의 절실하지 않아진 사랑과 닮은 그들. 너무 편리하게도, 사냥감이 스스로 멈추어서 "나를 사냥해주세요."라고 말한다. 그것이 창녀이다. 편리하고 복종하는 성 그리고 책임질 필요 없는 성. 그다지 빈곤하여서가 아닌데도, 단기간 창녀를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 마리아. 그녀는 미래를 생각하며 오늘을 참아낸다.
 
"내일은 좀 더 고급스럽게 살아볼 거야, 돈을 더 모으면, 더 나은 상황이 되면, 일단 오늘은 몸을 팔아서 돈을 챙기고... "
 
어쩌면 우리 모두 어느 정도의 창녀이다. 나에게 돈, 권력, 쾌락 등의 무언가를 주는 대상에게 조아리고, 가지고 있으면서도, 계속, 아직은 부족하다고 말하고, 오늘 나로서 살기를 포기하고 내일로 미루는, 그렇게 내일로 자기 존재의 가치 실현을 미루는...
 
마리아는 이 화가, 그녀 자체 안에 숨어있던 진짜 빛을 발견해준 유일한 이 남자와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육체와 정신이 하나로 되는 경험을 하고는 그에게로 간다. 할리퀸 로맨스 같은 결말이다. 그러나 이쯤에서 작가는 살짝 언질을 준다. 삶은 찬란한 환상,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소설이 끝나는 지금, 판타지가 사라진 그 순간부터 이들의 진짜 삶은 시작된다.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
 
설렘, 두근거림, 이것은 각자 자신의 환상 속에서 존재하는 욕망의 일부 기간에 어느 정도 한정적으로 존재한다. 아무 절박함이 없어도 섹스 중 누구나 본능적으로 단지 러쉬하는 시간(11분)처럼...  그 후, 삶 속에서 변질되고, 이지러짐,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욕망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는 잘 아는 바가 없다.
 
우리는 사랑과 성욕이라는 것 앞에 있어서는 늘 믿음 속에서 배신당하며, 속단 속에서 마냥 머물기를 허락받지 않는다. 내일이면 이 모든 짓거리를 접고 더 나은 내일로, 오늘의 굴욕 따위는 없었던 것처럼 치부할 수 있는 미래가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창녀, 그녀처럼, 우리의 성에 대한 시선도 바로 코앞에 머물며 지나치게 긍정적이다.
 
성적 욕망의 차고 이지러짐에 대한 멀고 궁극적인 시선을 가진 적 없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 근거 없는 긍정은 삶 속에서 필연적으로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앞뒤 재보지 않는 무의식적인 욕망의 배설 타임, 그 후에 우리는 모두 각자 처음 가 본 추운 욕실에서 더럽혀진 몸을 씻고, 혼자서 약속도 미래도 없이 황망하게 문을 열고 나가야 할 때가 온다. 한때 뜨거웠지만 결국은 차갑고 외로워지고 마는 성. 아무도 예고해주지 않아 겪어보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이 성이다.
 
그래도 우리는 판타지를 꿈꾼다. 앞뒤 재보지 않고 몰입하는 시간까지는... 보이지 않는 나의 가치를, 나의 내면을 알아봐 주는 그 누군가와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탐하고 탐함을 받으며, 오늘이 끝일 것처럼 러쉬하기를...
 
1 Comments
자아지 2020.12.30 17:21  
오메 조아부러라 잉